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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 인도네시아 서티모르 - 선교지의 일상 - 강 마르타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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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작성일17-09-07 16:44 조회6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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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의 일상 (인도네시아 맘세나)

예수성심시녀회 강 마르타수녀

    

 

딸랑 딸랑 딸랑! 350... 지원자가 기상 종을 울리면 성무일도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5...기도를 마치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St. Fransiskus Assisi 성당으로 미사를 준비하러 갑니다. 전기사정이 좋지 않아서 길진 않지만 자주 정전이 되는데 오늘도 정전이 되어 신부님 강론대와 독서대 위에 촛불 하나씩을 올려놓았습니다. 530분 미사 땐 사제관 개들과 수녀원 개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어떤 땐 잠시 일어선 사이에 우리 의자 위에 자리를 잡아서 우리가 자리를 옮겨야 하기도 합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개가 제단 위를 올라가서 아이고...이를 어쩌나..’걱정했는데 지금은 미사 중에 개가 제단 위를 올라가는 것이 일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돌아와 이른 아침을 먹고 나면 겨우 7시인데도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서 눈부신 햇살과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수녀원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수녀원엔 지금 유치원을 맡고 있는 책임자 로즈수녀님(필리핀)과 기숙사 책임과 정원, 텃밭을 가꾸는 소임을 맡고 있는 마르지수녀님(필리핀)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인 지원자 리나(인도네시아) 그리고 저(한국) 이렇게 4명이 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면 각자 자기 자리로 가서 소임을 시작하고 지원자는 우리의 손을 잡고 자신의 이마에 올리는 그들 방식의 예를 갖춘 인사를 하며 등교를 하고 저의 하루도 시작됩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집안일입니다. 아직 말을 못하고 잘 알아듣지 못해서 외부일이 어렵기도 하지만 다른 수녀님들이 외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집안 청소를 하고 그들을 위해 식사준비를 하는 것이 저의 작은 기쁨이며 보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해도 표는 안 나면서도 안 하면 금새 표가 나는 집안일.. 예를 들면, 우물물에 석회가 많다보니 물을 끓여 보자기에 석회를 걸러서 식용수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석유곤로를 사용하다보니 끓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을음도 많아서 물 한번 끓이는데도 공사가 다~망하답니다. 그래도 구석구석 식수가 충분하게 채워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해서 모든 번거로

움도 잊게 됩니다. 그렇게 집안 청소와 식수 준비를 하고 나면 점심 준비를 합니다.

 

주식은 밥이고 텃밭에서 가져오는 야채와 콩, 파파야 등이 반찬과 국의 재료입니다. 그리고 이곳엔 옥수수 밭이 많아서 주일이면 신자들이 미사 때 옥수수나 호박잎, 호박, 가지 등을 봉헌하게 되는데 사제관에서 그 봉헌물을 수녀원에 나누어 주셔서 옥수수 또한 식재료로 자주 오릅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각자 오전에 일하느라 땀범벅이 된 몸을 씻고, 잠시 휴식을 합니다. 휴식을 마치면 언제 또 정전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쌀을 미리 씻어서 밥솥에 앉혀 둡니다. 처음엔 지원자 동생이 밥을 하도 일찍 눌러서 그렇게 하지 말고 식사 시간에 맞춰서 밥솥을 누르라고 일렀는데 지금은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갑니다. 시간을 맞춘다는 것이 이곳에는 참 낯선 단어인 것 같습니다. 시간을 맞추고, 구색을 갖추는 것이 필요치 않는 곳.. 아마도 저도 이곳에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모든 것을 갖추어야 한다는 개념을 서서히 버리고 이루어지는 대로, 아무것도 서두르지 않고, 아무에게도 재촉하지 않고, 없는 것을 찾지 않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게 되겠지요..

 

오후엔 수녀원 안에 있는 정원을 학교에서 돌아온 지원자가 손질합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리나는 흥얼거리며 여유롭게 움직입니다. 한국인인 제가 늘 시간 맞춰 서두르는 반면, 리나는 아무리 바빠도 절대 서두르는 일이 없습니다. 손목시계를 착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곳이다 보니 리나 역시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서 처음엔 너무 느긋한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아 저와 일과를 가장 많이 보내야 하는 리나를 보면서 종종 저의 한숨의 원인이 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곳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버려야 할 첫째가 바로 재촉하는 것임을 알게 되면서 저 자신을 위해서나 공동체를 위해서도 구원에 지장이 없는 한 재촉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로 마음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반면 리나에게 도움을 받을 일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쌀 까부르기나 파파야로 반찬 만드는 일 등 여러 가지 제가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리나는 어릴 적부터 해온 일이다보니 어려움 없이 쉽게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리나에게 감사한 일도 많습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서로의 도움 없이는 살기가 어려운 한 지체로 서서히 조화를 이루며 살게 되겠지요...

 

530분 저녁기도를 마치고 해가 지기 시작하면 말지수녀님은 더위가 한풀 꺾이는 때를 이용해서 학교에서 돌아온 기숙사 여고생, 여중생 30여 명과 텃밭, 화단작업을 합니다. 기숙사 여학생들은 학원의 개념은 없고 그 시간에 모두 나와서 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처음엔 한참 공부해야 할 시간에 일을 하는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했는데 과연 아이들에게 한국의 학생들이 학원이며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보내는 시간과 텃밭, 화단작업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어느 것이 더 유익하며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하면 결코 그들이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비록 간식도 없고, 반찬도 별로 없이 때론 그저 윤기 없는 밥 하나로 끼니를 이을 때도 많지만 아이들은 그게 가난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그것을 가난으로, 불행으로 보고 있었을 뿐이지요. 아이들은 깡마른 체구로 거친 일을 하면서도 입가엔 늘 웃음이 가득합니다.

 

630분 식사준비를 마치면 대문 밖으로 종을 울려 식사시간을 알립니다. 여기저기서 일을 마치고 돌아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완벽한 이해는 어렵지만 수녀님들이 나누어 주는 하루의 일과를 듣습니다. 그들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때론 알아듣지 못했으면서도 알아들은 척 하면 꼭 탄로가 납니다. 그러면 한바탕 웃고 천천히 다시 설명해 주면 겨우겨우 그림의 윤곽을 잡듯 어렴풋이 이해를 하면서 공동의 화제로 바뀌게 됩니다. 730분 모든 일과를 마치면 수녀원 안 성모당에서 로사리오 기도를 바칩니다. 이곳에서 7년째 살고 있는 로즈수녀님은 오전엔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후엔 주로 외부 관공서 일이나 성소자를 만나러 나가는 일이 많은데 오늘도 오토바이 택시(오젝: 뒷좌석에 승차)를 타고 장거리 일을 보고 온 탓에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꾸벅꾸벅 졸며 기도를 바치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저는 유난히 제게로만 덤비는 모기를 쫓으며 전쟁을 하며 기도를 해야 하기에 마르지수녀님과 리나가 기도의 주축을 이루며 끝기도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기도의 고운 화음이 울려 퍼지는 사이... 어느새 밤하늘엔 보석 같은 별들이 금새라도 쏟아질 듯 가득해지고 휘영청 밝은 달은 온 땅을 비추며 우리의 하루일과도 저물어 갑니다.

 

맘세나에 온 지 이제 한 달 남짓.. 언어도 삶도 모두가 어설퍼 모든 것이 희미하기만 하고,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언젠가는 모든 것이 제게도 선명하게 다가올 날이 오리라 재촉하지 않고 기다릴 것입니다. 이곳으로 불러주신 하느님과 수도회에 감사드리며 내일도 기쁜 하루...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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