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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 볼리비아 산타크루즈(필로메나 장애센터) - 산타크루즈의 아이들 - 연상모 루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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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작성일17-09-07 14:21 조회6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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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크루즈의 아이들

연상모 루까 신부

 

2015년이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고 어느덧 3. 아침부터 새학기 수업을 시작하고 이제 좀 안정이 되어 가는 필로메나 장애학교 아이들의 무차별 질문과 애정공세에 시달렸습니다. 학기 시작 기념으로 사진을 찍겠다고 공지한 그 날인데,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가 오는 날엔 보통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기에 어떻게 하나 하는데 다행이 비는 금세 그칩니다. 곧 아이들을 실은 차량이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데, 아무도 내리지 않습니다. 제일 앞자리에 앉은 아이가 내리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었던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달래도 말을 듣지 않더니 시간이 좀 지나서야 내립니다. 아마 선생님을 애먹이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내리더니 곧장 저에게 다가와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빠드레 빠드레(신부님 신부님) 뭐하는데??" "사진 찍을라고 그라지~" "우와! 그라마 이건 뭔데??"

"사진기지~ "우와! 그런데 왜 찍는데?" "새학기도 시작했으니까 예쁘게 사진 찍어서 선물로 줄라고 그러지"

"우와! 그런데 (사진기) 만져봐도 되나??“

안 된다는 말을 어떻게 하나 하는데, 다른 아이가 달려와서는 무한 애정을 표현하며 사진기를 덥석 잡더니 놓아주질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하나 둘 달려와서 겹겹이 둘러쌉니다. 그러는 사이 카메라에 관심을 가졌던 아이는 가버렸습니다.

 

올해 등록한 아이들 중에는 벌써 몇 해째 오는 아이들도 있고 처음으로 오는 아이들도 있는데, 표정만 봐도 이들을 구분 할 수 있습니다.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고작 4시간이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직 낯선 아이들. 그래도 사진을 찍는다는 건 항상 흥미로운 일이라 어려움 없이 줄을 서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도 가난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가난한 것은 아니지요. 가난하다고 하는 이 나라에서도 빈부격차는 존재합니다. 우리 대구대교구 사제들이 20년 가까이 사목하고 있는 산타크루즈의 로스 로떼스는 빈촌으로 분류되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이들은 이 빈촌에서도 더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이들 가운데서도 아직 어린 아이들이 우리가 필로메나 장애아동 교육관에서 돌보는 아이들입니다.

 

많은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어려운 삶 앞에서 아이들 돌보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방치된 아이들은 최소한의 교육의 기회도 가지지 못한 채 그렇게 집 안에서만 살아가게 되지요. 하지만 어려운 삶에서도 자녀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부모들은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이 곳 필로메나로 찾아옵니다. 복지가 잘 이루어진다면 더 쉽게,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겠지만 아직 사회적 복지지원은 전무한 상태이고, 우리나라처럼 개인복지가나 후원자를 찾기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가장 소외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그들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도움을 청하였고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를 통해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담긴 지원을 받으며 한 해, 한 해 부족하나마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해나가고 있습니다.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의 내일은 어떨까 생각해보는데, 안타깝게도 그리 밝지만은 않아 걱정이 됩니다. 나이가 더 많아져 이곳에오지 못하게 될 땐 어쩌나, 혹 또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집 안에서만 지내게 되진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답답할 때면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주님. 이 아이들에게 담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데 저희가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수 있기를 청하며, 언제나 사랑을 나누어 주시는 모든 은인께도 당신 축복 가득 내려주십시오." 끝으로 항상 볼리비아를 사랑해 주시는 후원자분들과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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