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 <볼리비아> 2020년 후원자 감사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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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영철 작성일20-10-21 14:26 조회621회 댓글0건본문
찬미예수님! 한결같은 사랑으로 함께해 주시는 후원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볼리비아 꼰셉시온의 상 프란치스코 장애인센터에서 소입하고 있는 남 아넬로 수녀입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 19로 모든 대륙에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병에 걸렸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상황에서 어떻게 선교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방향을 찾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난한 나라는 의료시설이 취약하듯이, 이곳 또한 의료체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는 심리적으로 불안함이 엄습해 왔고, 모든 활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저희 또한 움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초 주일학교 단체 티를 맞추며 활기차게 시작했는데 코로나 19로 2주 만에 모든 교회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아이들과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 한 채 올해의 활동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지원금이 사업계획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 19로 인해 결식으로 고통받는 어려운 이들에게 사용하면 감사하겠다.’는 답변에 많은 감동을 하였습니다. 저희의 소식에 귀 기울여 주시고, 응답해주시는 배려는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에게 힘이 됩니다.
코로나로 만들어진 새로운 상황들 안에서 사명감은 저희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생활하시는 할아버지를 찾아 입원해 계시는 격리시설을 시작으로 조금씩 가정방문을 하면서 변화된 상황들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확진자들 격리시설을 방문할 때는 일정 거리를 두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고, 의심환자들로 격리된 곳에 가서 환자를 만날 때는 자꾸 내 곁으로 가까이 오는 이의 발걸음만큼 뒷걸음질을 쳤던 제 모습을 돌아보며 예수님과 사뭇 다른 저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뒷걸음칠수록 코로나를 넘을 수 없겠구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그냥 함께 살자.’라고 마음먹으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마을에 혹시 굶는 가정은 없나 살펴보면서 아이들의 집을 방문하여 위생품과 식료품을 나누어 주고 있고, 아이들의 부모들이 일하는 파파야 농장에 가서 쨈 만드는 것도 가르쳐 주면서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예전에 없던 마을의 변화는 시장의 판매 제한시간과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집 앞에 채소 가게를 한다거나, 마당이 넓은 집은 오후가 되면 마당에서 음식을 파는 집들이 많이 생긴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어려운 상황 안에서 무엇이라도 하려고 시도하는 이런 풍경을 보면서 희망을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사람들은 일자리가 거의 없고, 직장을 잃었지만, 직장 보험이 살아 있어 국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주민등록증이 없어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사람들은 생활고에 힘들어했습니다. 공동체는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에게는 주민등록증을 만들도록 독려하고 비용을 지원해주며,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밑바탕을 마련해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은 할 수 없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대화하면서 시간의 흐름과 상황에 순응하다 보니 이웃과의 관계가 더 깊어졌습니다. 이방인이라는 느낌보다는 내가 이들과 같은 것을 공유하고 나눔으로서 이들과 내가 서로의 삶 안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삶 안으로 좀 더 들어가고 이방인의 느낌을 조금이나 덜 수 있었던 건 코로나가 저에게 준 선물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오토바이 택시 기사님이 저에게 “Dios le bendiga”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라는 축복에 “당신에게도요” 라는 짧은 답변을 하고 목적지로 걸어가는데 정말 하느님의 축복이 내리듯이 저에게 기쁨이 가득 찼습니다.
제가 받은 이 기쁨이 내가 만나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을 만나는 기쁨이 되기를 희망하며 모든 것 안에 당신의 뜻을 심어 놓는 하느님을 찾아 오늘 하루도 파이팅을 외쳐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