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욱씨는 중학교를 막 졸업할 즈음 연탄가스로 인한 중독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옥상으로 올라가던 중 추락사고로 전신이 마비되어 하루종일 침대에 누운 채 생활하며 두 팔과 오른쪽 손가락 2개 그리고 왼쪽 손가락 1개만 움직일 수 있는 1급 중증장애인입니다.

열 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시작된 전신마비 장애인의 생활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변화없고 무의미한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세상은 멀어져 갔고,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습니다. 한숨과 절망으로 지내던 임종욱씨는 당시 신자는 아니었지만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누워 있는 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무언가 할 일을 주십시오.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주십시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의 장애인 프로그램을 듣다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번역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말에 주저 없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는 과연 전신마비장애인이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던 도서관 관계자들의 염려가 기우임을 증명하였습니다.

점역 봉사를 시작하던 당시는 일일이 손으로 점자를 찍어내야 했습니다. 단지 손가락 몇 개만을 겨우 움직일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중 이것이 가장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신경이 겨우 살아있는 손가락 사이에 점필을 끼우고 한자 한 자 찍어 나갔습니다. 하루종일 10시간 이상을 엎드려서 점자를 찍어야 했기에 양 팔꿈치에는 피고름이 맺혔고 그 상처는 깊게 패여서 쉽게 낫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팔꿈치가 헐어서 아픈 고통은 점역의 속도를 조금 느리게 했을 뿐 점역 봉사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주겠다는 신념과 결심을 꺽지는 못했습니다. 장애인 고3학생을 위해 밤을 새워 참고서를 번역해 대학 진학을 돕기도 하였으며, 그의 도움으로 방송통신대학을 다닌 시각장애우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 온 점자번역은 그의 팔꿈치에 박힌 굳은살과 함께 17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무려 1,000여권의 도서를 직접 점자로 번역하거나 교정했습니다.

많은 책을 접하면서 독서량이 많아 어느덧 시인이 되고 수필가가 되어 벌써 5권의 시집과 수필집을 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스스로 생활이 어려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임에도 불구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는 백혈병 어린이들의 어려운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이들을 돕기 위한 운동에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이 발간한 수필집의 수익금 전액을 백혈병 어린이 치료비로 선뜻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임종욱씨의 삶은 황금만능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임종욱씨가 가진 능력은 매우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랑과 나눔이라는 고귀한 뜻이 담겨져 있기에 우리 사회에 빛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줌에 있어서는 결코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