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형제회(성프란치스코회) 소속 수도자인 백종순 수사는 일제통치와 한국전쟁 등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오롯하게 수도생활을 하신 분입니다.

가난과 겸손의 삶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고자 했던 백종순 수사는 캐나다에서 수련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대전 목동 수도원에서 본당 보좌 및 교리교육을 담당하며 틈틈이 넝마주이, 나환우, 재소자 등 가난하고 소외받던 이들과 함께 하며 이들을 위하여 봉사하였습니다.

1965년부터는 당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고 멸시받던 한센병 환우(나환자)들과 함께 살고자 스스로 자원하여 산청 성심원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센병 환우들의 자녀들을 건강하고 올바르게 키우는데 많은 관심을 가져 1960년대에는 성심원 안에 설치되었던 성심보육소와 성심초등학교에서 학생 교육 및 운영을 담당했으며, 1970년대에는 대전 갈마동 소년마을과 진주 요한23세 소년마을의 운영을 담당하였습니다. 백종순 수사는 한센병 환우들의 자녀들과 고아들을 어떻게 하면 남에게 상처받지 않고 정상적인 가정의 어린이들처럼 키울 것인가 그리고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였습니다. 산청 성심원의 아동들을 위해서 캐나다에서 모금활동을 펼칠 때는 매일 700∼800통의 편지를 써서 후원자들에게 도움을 호소하였으며, 요한23세 소년마을에서는 한창 크는 아이들을 배부르게 먹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후원회인 '초록회'를 결성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온 정성을 다한 신앙생활 지도와 다양한 기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시켰습니다. 백종순 수사와 여러 수사들의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과 끊임없는 애정으로 말미암아 소년마을 원생들은 훌륭히 성장하여 사제와 수도자가 되기도 하였고 그 외에도 사회 각 분야의 전문직업인으로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백종순 수사는 한센병 환우들과 자녀 외에도 가난하고 소외된 많은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였습니다. 1980년대에는 원주시립병원 결핵 환우들의 퇴원 후 정착을 돕기 위한 활동과 서울시립병원의 결핵 환우들을 위한 방문활동에도 참여하였는데 이로 인해 1990년에는 결핵에 감염되어 매우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도 하였습니다. 1990년대에는 진주 프란치스코 요양원의 원장으로서 지역의 무의탁노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에도 기여하였습니다.

현재는 79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한센환자요양시설인 "성심원"의 시설장으로 재임하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고통받는 한센병 환우들과 함께 하고 있으며 성심원 환우들의 신앙생활에 큰 스승으로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백종순 수사는 어떤 소임이나 일이 맡겨져도 항상 기쁘고 충실하게 자신의 성소와 삶을 살았던 수도자였으며,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육십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한결같음"으로 실천해 왔기에 많은 후배 수도자와 환우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으며, 특히 사회복지에 종사하고 사회복음화에 앞장서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표양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