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 어촌 부근에서 2남 5녀의 막내딸로 태어난 이석순 원장은
초등학교 소풍을 가서 만난 무의탁 노인을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힘들게 땔감나무를 장만하시던 할머니로부터 "쌀밥 한 그릇 먹어 봤으면 여한이 없겠다"는 말을 듣게 된 이석순 원장은 그 말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게 되었고 어른이 되어서 어려운 할머니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소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부산사범학교 2학년 재학중 6·25전쟁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돈을 벌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던 이석순 원장은 1965년 8월 독일 신부님의 주선으로 독일의 쾰른시립양로원에 간호조무사로 가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의 12년간 휴일에 외출도 하지 않을 정도로 알뜰하게 저축을 하였고, 시간이 나면 틈틈이 양로원 설계도면을 그려 보곤 했습니다.

1977년 7월 영구 귀국한 이석순 원장은 그 해 10월 부산 시내에서 독일에서 저축한 돈으로 노인홈을 완공하였고 무의탁 할머니 다섯 분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열 두살 소녀때부터 간직해온 무료양로원 설립의 꿈이 30년만에 드디어 현실이 된 것이었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보호해야 할 할머니들은 늘어만 갔고 도시재개발로 이전을 해야 했던 이석순 원장은 1981년 경남 양산에서 '성 요셉의 집'을 짓고 더 많은 할머니들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86년에는 이 집을 부산가톨릭사회복지회에 기증하였고 이전에 매입해 두었던 조금 더 넓은 땅에 '성 요셉의 집'을 1996년 신축하여 할머니들을 더욱 편안하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무의탁 할머니들과 함께 한 지난 24년간 이석순 원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질적인 양로원의 기능을 해 왔지만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도 않았고, 후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진 것을 내어 놓았습니다. 집을 새로 짓거나 고칠 때면 당연히 팔을 걷어 붙이고 벽돌을 날랐으며, 65세의 고령인 지금도 몸소 밭을 갈고 음식을 장만하고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된 마음은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알려지고 아울러 도움의 손길은 늘어 났습니다. 정규직원을 두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원하는 봉사자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최근에는 트럭을 구입하여 모시고 있는 할머니들이 많이 편찮으시면 직접운전을 해서 병원으로 모셔 가고 또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비인가 시설이지만 언덕 위에 지어진 성 요셉의 집은 매우 평화롭고 또 그 안에 사시는 모두의 마음은 매우 따뜻합니다. 이는 행복과 평화가 결코 물질에만 좌우되지 않음을 꾸준하게 보여준 이석순 원장의 참된 사랑과 사려깊은 헌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고령층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자식이 노부모 모시는 것을 기피하고 심지어는 병든 노부모를 방치하고 폭행하는 것이 다반사인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 들고 있는 요즘 노인복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더욱 확대되어야 하고 복지사업의 다양화, 전문화, 효율성이 보다 중요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이석순 원장은 이 시대와 우리 사회가 결코 잃지 않아야 할 따뜻한 정을 일깨워 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