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식 박사는 암환자를 치료하는 암전문 의사인 동시에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의 인간 존엄성에 대해 우리 교회와 우리 사회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꾸준한 사랑의 실천을 통해 보여 주신 한국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입니다.

1981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강남성모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가톨릭의대 학생 및 병원 동료들과 함께 호스피스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말기암환자 등 임종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이해 받지 못했으며, 그들의 존엄성과 삶의 질은 쉽게 무시되어졌습니다. 또한 호스피스 활동은 강릉의 갈바리아 의원에서만 이루어졌을 뿐 호스피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죽음 앞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을 보면서 무척이나 고통스러웠고, 삶과 죽음의 의미 등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던 이경식 박사는 마침내 주님께서 깨우쳐 주신 해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고통은 부활로 들어가는 길이며, 죽음은 바로 부활의 완성임을 깨닫게 되고 죽음을 이길 수 있는 영원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하게 된 그는 "탄생이 소중한 것처럼 인생의 마지막 여정에 있는 죽음을 눈 앞에 둔 환자와 가족들의 마지막 시간은 탄생 못지 않게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라며 말기환자 한 사람 한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또 그들의 인간적 고통을 진정으로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기도했으며, 환자들에게 죽음을 통한 부활의 기쁨과 죽음의 고통을 이기는 영원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게 해 줌으로써 그들이 하느님 나라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인간다운 품위를 지니도록 도와 왔습니다.

또한 1987년부터 1996년까지는 호스피스에 관련된 5권의 책을 집필하여 전국의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생각을 알려 큰 감동을 주었고 그 수익은 호스피스 발전을 위해 기증하였으며, 1998년에는 한국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학회를 설립하여 학술적인 영역에서도 호스피스 운동의 확산과 완화의학으로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등 한국사회에서 호스피스 운동이 확산되는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1982년부터는 가톨릭의대 가톨릭학생회 및 의료진의 지도교수로서 서울 신림동과 봉천동, 전남 고창의 나환자촌, 중국 연변 등 무의촌을 찾아서 의료봉사활동에 앞장 서면서도 늘 겸손한 자세로 사랑을 실천하는 참의료인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깊은 신앙심과 자신과 주변의 모든 이에게 충실한 삶, 그리고 겸손한 사랑의 실천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어 숭고한 사명감을 지닌 의료인 후배를 양성하고 주변의 환자들과 동료들의 신앙생활이 성숙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으며, 2001년 사순시기 동안 서울대교구 주보에 연재한 글은 많은 이들에게 일상생활 속의 신앙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렇듯 이경식 박사의 지난 20년은 현대의학의 기술적인 발전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생명의 존엄함과 부활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 사회에 알려 온 시간이었으며, 우리 사회의 복음화를 위한 소중한 헌신이었습니다.